인도와 네팔을 여행하고 한동안 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미래에 대한 꿈도, 지금 하루하루의 삶의 의미도. 인도, 네팔 여행을 마친 후 태국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며 지내면서도 어떤 목적이 없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목적도, 무엇인가 더 배우고자 하는 목적도 없었고, 현재의 삶에 대한 정신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대화를 놓치곤 하는 일이 자주 생겼다. 왜 내가 그렇게 되었는지 나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인도와 네팔에서의 여행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 여행을 통해 나는 분명히 느꼈고 배웠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설명이 안 되었다. 내가 뭘 배웠고 느꼈는지. 그렇게 일 년 정도를 헤맸다. 내가 뭘 배웠고 느꼈는지 찾고 싶었다. 그렇게 가이드 일을 그만두고 태국남부 끄라비에서 등반에 빠졌다. 그때 약간의 신적인 언어를 빌려 이야기하자면 깨달음을 얻었다. 혼란스러웠던 머리속이 너무나 깨끗해졌다. 단 한순간, 죽음을 경험하고 혼란은 해소되었다. 그때, 난 너무나 행복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따뜻한 나라에서 등반하고 쉬고 또 등반하고 쉬고, 그 외에 아무것도 없이 등반만이 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살았다. 그 외에는 전부 부질없는 일로 간주하고 지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나니 너무 행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사라졌다. 그냥 죽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등반을 하며 죽고 싶다고 느꼈다. 죽음을 보았다. 아름다운 죽음. 더 이상 이루거나 얻고자 하는 것이 없는 편안한 죽음. 이룬 것도, 이룰 것도 없었다. 행복한 기운만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거였다.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눈을 떴다. 난 그래도 숨 쉬고 있었다. 눈앞에는 목숨을 걸고 등반을 하는 등반가들이 보였고, 그 순간 내가 살아가는 목적을 찾았다. #개똥철학 #인도네팔 #깨달음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