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쯤 써놓은 쪽지를 보았다. "베트남 항공이 737을 들여오면 좋겠다. 아니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도 좋다. 발리에서 살면서 6주 3주 근무를 통해 재충전하고, 글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런 삶." 부기장 때 써놓은 계획들도 보았다. 잠시 휴식기를 갖고 국내의 다른 항공사로 이직하는 방법과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본 글들.. 결국 부기장 때 생각했던 국내의 다른 항공사로 이직하지도 않았고, 작년에 고민했던 발리와 베트남으로 이직을 한 것도 아니다. 다른 항공사로 이직하기보다 제주항공에서 근무하는 것이 훨씬 좋았고, 베트남항공이 737을 들여오지도 않았고, 인도네시아는 발리 베이스 대신 자카르타 베이스만 있었다. 나에게 '이직'이라는 단어를 계속 떠올리게 한 것은 '여행'이라는 삶의 목적이었다. 물론 여행이 삶의 목적이 될 순 없다. 하지만 20대에 오랫동안 경험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녔던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여행이 주었던 선물 같은 시간, 생각, 명상, 사람들, 깨달음이 내 삶의 목적을 채워주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이직의 불편함과 불이익을 갖더라도 하려고 했고, 한국을 떠나 살아야 하는 위험성을 가지면서도 이렇게 떠난다. 지금 이직을 통해 얻는 한 달간의 소중한 나만의 여행, 지난 10년 동안 매일 꿈꿔온 이 시간. 내적 외적 성장 그리고 경험이 주는 선물을 듬뿍 얻고 오겠다. [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 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꺽으리라.] - 나딘 스테어 (55세, 미국 켄터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