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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자체로서 얻는 행복

2016년 여름 어느날 .. 

나는 이런 고민에 빠져있었다.

비행 자체로서 얻는 행복은 무엇인가. 비행을 통해 얻는 것 말고 진짜 비행으로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인가..

내 인생을 투자할 만큼 비행이 나의 행복과 연관되어 있나?

그런 고민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닐때, 싸이판으로 비행을 갔을때 수영장을 관리하고 있는 Fital을 만났다.

수영장 관리인 Fital에 대해 쓴 글 : 행복한 수영장 청소부


다음 글은 그를 만난 후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생각의 변화를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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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럿의 삶을 시작한 지 약 7년이 지나간다. 처음 3년간은 에어라인 파일럿이 되는 것을 목표로, 교육과 경험을 쌓는 즐거움으로 매 비행을 했었고, 에어라인 입사 후 1년간은 정식 에어라인 조종사가 되기 위한 또 다른 교육을 받는 시기였으며, 다음 1년은 회사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2년 정도 에어라인의 삶을 살고 있다. 

  비행을 알고부터 그리고 시작한 이후로 에어라인 파일럿을 꿈꿔왔다. 그 꿈을 이룬 지금,  나는 이 꿈의 직업에 대한 스스로의 목표와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좋은 직업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일한 만큼 회사에서도 인정도 받고, 보수도 괜찮으며, 나쁜 일을 하지 않고도(다른 누구와 경쟁해서 이기거나, 속일 필요 없이) 일을 할 수 있고, 거기에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을 수 있는 직업이다.

 그렇게 좋은 일임에도, 이 직업에 대한 핵심을 지금 찾지 못하고 있다. 왜 비행을 하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그 본연의 즐거움을...

  목표가 있을 때에는 그냥 그것을 이루어나가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 본연의 즐거움이 때론 희미하게 느껴지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본연의 즐거움이 때론 힘든 비행 생활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작은 경비행기를 타면서 기동 하나하나 배우는 즐거움, 자유로이 날 수 있는 즐거움, 하늘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구름,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 비슷한 상황의 학생들과 함께 비행연구를 하고 또 가르치는 즐거움. 이것들이 있어 매 비행을 행복하게 했고, 그렇기에 다음에 있을 비행을 기대하고 설레면서 준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비행은 나에게 무엇이 되었나? 자유로운 비행이 아니고 짜여 있는 스케줄과 루트에 대한 비행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실수 없이 계속 수행해야 하는 것이며, 구름,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계로 둘러쌓은 조종석 안에서 계기판들을 판독하고 바라보고 있는 비행이 되었다.

   거기에 빡빡한 스케줄로 인해 피로도는 극심해졌고, 매일 밤낮이 바뀌는 탓에 내 몸의 신체 리듬도 잃었다. 휴가도 없이 달려온 탓에 지난 7년간 마음마저 지쳐있었다. 이 모든 불평불만으로 비행이 하고 싶은 일에서, 하기 싫은 일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로 자꾸 바뀌어 가고 있는 나 자신을 매번 보고 있을 때쯤 그를 만났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나도 나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다른 모든 일을 제쳐두고 비행을 했고, 시간과 돈, 열정을 바쳐 이 일에 몰두했다. 다시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취미가 직업이 되고, 나의 직업이 내 취미가 되고 삶이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 나는 내 일을 얼마나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나?  한동안 거기에 맞는 일을 찾으려고 이것저것 시도했었다. 여행도 하고 기업에서 일도 하고, 환경운동도 하고,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며 연예인 지망생, 투어가이드, 게스트 하우스 운영, 그리고 지금의 파일럿까지. 그 어떤 것도 백 퍼센트 만족할 순 없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지금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 많은 불만으로 가득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만큼의 열정과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비행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인가? 여전히 아름다운 하늘 위에서 아름다운 구름과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보며 일을 하고, 잠깐씩이지만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일을 하면서 좋은 기장님들, 동료들과 즐거운 비행을 하고 대화도 한다. 거기에 완벽한 비행을 했을 때, 그 짜릿한 순간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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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한 사람을 만났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 비행을 했다.  이 전과 같은 비행이었지만, 비행하는 그 순간이 이 전과 전혀 다른 비행이 되었다. 비행의 불만 때문에 비행 외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던 던 나에서, 비행 그 본연의 즐거움을 다시 알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요즘에는 비행하는 그 순간들이 너무 즐겁다. 하늘의 멋진 구름들과 고요한 대기상태, 새벽, 아침, 오후, 저녁, 밤, 시간별로 변하는 하늘의 아름다운 순간 속에서 열심히 비행하는 나를 보는 것도. 예전에는 야간비행으로 동남아에서 돌아올때 새벽 태양이 떠오르면, 강열한 태양때문에 눈이 부셨고, 피로감이 몰려와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아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었다면, 지금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똑같이 피곤하고 같은 태양이 뜨지만 일출의 아름다운 순간을 하늘에서 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의 변화 하나로 행복해 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비행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런 기분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 앞으로 기장이 되고 나서도, 마흔이 넘어도, 체력이 더 약해져도, 


  때론 비행에 지치고 피로에 힘들어 하더라도 비행하는 본연의 행복을 놓지고 싶지 않다.



#일출과 비행 #제주항공 #파일럿 #직업이취미 #파일럿 #행복의 본질 #행복한기장

댓글

  1. 저 조종석자리에 한 번만 앉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너무 멋진데!!! 나는 하늘 위에서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너무너무 대단해보이고, 쿨하고, 부러워.. 아주 어릴 적에 공군장교출신이었던 아빠의 사진 앨범에 소중히 보관된 사진 한 장. 파란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 사진, 그걸 본 순간부터..내 맘은 완전히 거기에 매료 되었어. 그래서 그런지 여행때 마다 어떤 비행기를 타든 이코노미석에 앉아 “캡틴 스피킹”에 항상 집중해. ‘어떤 기장님일까?’ 비행기 이륙 착륙 인사 등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아도..나는 소리에 예민하기때문에 말하는 것에도 어떤 느낌, 에너지를 받거든..왠지 모르지만 그렇게 나는 캡틴을 얘기를 듣는 순간이 너무 좋은거야.^^기장님들 덕분에 나같은 여행자들이 행복한거야. 또 다시 리스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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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행이라는 것이, 아무나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매일 하는 일상이 되면 그 소중함을 놓칠 때가 많죠. 누군가의 소원. 이런 생각을 하면 그 한순간 한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다시 되돌아 볼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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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행훈련을 앞두는 입장에서는 너무 설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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