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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생활엔 비누 가방을 가지고 다니기

맨날 호텔 생활에 이리저리 여행 다니는 사람으로서 한번 쓰고 버리는 비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 호텔에서 한번 쓰고 버리게 되는 비누 아니겠음 . 비누의 인생도 불쌍하고 비누가 끼치게 되는 환경에게도 미안해지니 . 그렇다고 비누를 안 쓸 수는 없잖아 . 그래서 올 초부터는 비누각을 들고 다녀 . 내가 좋아하는 비누를 쓰고 . 최소 한 달에 호텔 6 군데 정도를 다니니 , 대략   비누 6 개를 아껴 쓰고 있는 것이지 . 여행 다녀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비누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걸 추천해 . 이런 소소한 행동이 삶의 작은 기쁨이 되거든 . #여행 #호텔 #비누 #비누가방 #호텔생활 #파일럿삶

우붓의 향기

     우붓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향긋한 꽃향기가 나를 감싸 안을때가 있어. 동서남북. 아래위에서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어느새 나에게 인사를 하고 가는 거야. 그렇게 왔다가 금새 사라지는 거지.      처음 우붓에 와서 이 향기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골목골목을 천천히 걸어 다녔어, 산들바람이 향기를 머금은 채 나에게 와주기를 바라면서. 이 향기의 출처는 주로 골목길 옆에 웅장하게 자라있는 프란기파니 나무의 꽃이거나 (우리는 주로 하와이안 플라워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프란기파니 꽃이라고 불러 나중에 이 꽃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고 싶어) 골목골목 신을 위해 바쳐진, 꽃과 풀잎으로 만들어진 제물, '스크한 발리'에서 나기도 해, 그리고 그 앞에 피워놓은 향초에서 나는 경우도 많지. ('스크한 발리'에 대해서도 조금 이야기 해보고 싶은데. 이건 힌두 신을 위해 바쳐진 꽃 제물 같은거야. 프란기파니 꽃이 메인이 되고 '두빠'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풀잎을 갈아 수북히 갈아 높은 것이랑 그걸 감싸고 있는 바나나 잎. 그 뿐 아니라 수박같이 달달한 과일도 조금 올라가고 발라의 주식 쌀도 조금 올라가 있지. 풍요롭고 향긋하면서도 매우 아름다운 꽃 접시 제물이 되는 거지)        빨강, 노랑, 주황, 초록 등 너무나 다양한 색의 꽃잎들이 있듯이, 그 향기도 너무나 다양한 것 같아. 다만 향기란 것이 보이지 않아서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어려워. 향기가 나에게 오면 나는 향기의 근원을 찾기 위해 한참을 두리번거려야 운 좋게 한두번씩 찾을 뿐, 대부분의 향기는 어디서 온 지 모른 채, 그리고 어디로 간지 모른 채 금방 왔다가 찾으려 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기 일쑤야.      그렇게 우붓의 향기에 한창 빠져있을 때, 석양을 기다리며 골목골목을 산책하고 있었어. 그날따라 은은한 꽃향기가 계속 계속 나는 거야. 위를 바라봐도 프란기파니 나무는...

발리여행 - 생각의 힘

 운명을 믿어요? 신은요? 아니면 보이지 않는 세상과 에너지를 믿어요? 나는 운명도 신도 어떤 힘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 자신을 믿고 살았죠. 그런데 점점 운명도, 신도, 세상의 어떤 보이지 않는 에너지도 모두 현실 같아요. 너무나 당연한 현실요. 믿는다기보다 진짜가 되었어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와중에 비젼보드 만들어 주는 사람을 만났어요. 내 꿈을 구체화해서 현실처럼 그림과 글로 전부 표현하는 거죠. 꿈과 미래의 모습, 이루고 싶은 모든 것을요. 그럼 그 꿈이 결국 현실이 되는 거에요. 예전에 내가 한 이야기 기억해요? 세상은 믿는 대로 되는 것 같다고. 그래서 마치 운명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걸요.  작년에 류시화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어요. 어떤 사람이 링컨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 농촌 출신이면서 어떻게 변호사가 되고 미국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습니까? 링컨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마음먹은 날, 이미 절반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글을 보고 '생각의 힘'에 대해 글을 썼어요.  나는 '생각의 힘'을 믿는다. 아니 믿음의 힘을 믿는다. 이 종교적이며 미신적인 생각은 삶을 살아오면서 경험을 통해 점점 더 확고해졌다.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한 날, 나는 이미 조종사가 될 것을 믿었고 멋진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준비해 나아갔다. 언제가 될지는 몰랐지만, 반드시 될 것을 알았기에 서두르지 않고, 과정을 헛되게 보내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노력할 수 있었다. 어쩌면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조급함과 걱정을 덜 수 있어 각각의 과정에 더 열심히 했을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지금까지 과정을 잘 수료해 온 것일 수도 있다.    20대에 나의 목표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도 포기했고, 악기 하나 다룰 줄 몰랐다. 그림 그리기에 도전해 보았고 여러 악기를 연습해 보기도 했지만 나와는 거리가 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무엇인가를 하는 것. Doing nothing with doing something

2018년 10월 7일(톤사이 3일차)     방콕으로 오면서 참 게을러졌어. 감기에 걸리기도 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운동도 거의 하지 않고 공부도 안 하고 심지어 먹는 것도 거의 없었어. 약간 무력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20일이 막 지났네.     지금 휴가로 톤사이에 와서 3일째 되는 날이야. 방콕을 벗어날 때쯤, 감기가 거의 사라졌어. 톤사이의 힘인가 아니면 의사 말대로 방콕 알레르기였나 모르겠지만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하게 감기 기운은 사라졌어. 하지만 무력감은 비슷해. 다만 식욕이 조금씩 살아났어. 오랜만에 느끼는 식욕이라 조금만 배고파져도 무엇인가를 계속 먹고 있지. 식욕이라는 것이 참 고맙게 느껴져. 왜냐면 이 식욕이 다시 에너지가 되어 나를 활동적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서 인 것 같아. 암튼 밥을 먹고 과일도 먹고 간식도 먹고 그냥 뭐든 잘 먹으려고 해.     그런데 다시 생각에 잠겨. 무엇인가를 많이 하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차이가 무엇일까? 여기에서 시간은 더욱 천천히 흘러. 첫날 숙소를 정했고, 둘째날 해변에서 낮잠을 잤고, 그리고 오늘 방갈로에서 나가지 않고 있는 중이야. 그야말로 " 두잉 낫띵"이야.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같은 여행에서도 이리저리 움직이고, 요가하고, 등반하고, 여행지로 이동을 하고, 투어를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등등 분명히 무엇인가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안 한 것과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어떤 면에서는 아무것도 안 한 거니깐.     그런데도 지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는 거지.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그런 것 같기도 해. 이 글을 읽는 너도 그럴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인지 이 방콕의 삶과 톤사이의 휴가가 그렇게 뿌...

스페셜 요가 선생님 - 발리 로비나 해변

 세상에는 참 다양한 요가 방식이 있다. 전통적 방식과 현대적 방식으로 나뉘기로 하고, 스승의 가르침이나 호흡법, 아사나(자세), 인사법, 명상하는 방법, 환경, 그리고 나라마다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게 요가는 하나의 방식이 아닌 오로지 자신에게 좀 더 다가가는 방식으로 여겨진다.  매일 아침 요가 수행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발리 여행을 하는 도중, 해변 옆 숙소에 요가 강습이란 포스터를 발견했다. 전화해서 문의하니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이곳으로 온다고 한다. 숙소 해변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하고, 일몰을 함께 보면서 명상에 잠길 수도 있었다. 거기에 가격은 단돈 오만 루피, 약 삼 천원, 그것도 개인 강습이다. 완벽한 조건이었다.  요가 예약을 하고, 일몰 시간에 맞춰 수행이 시작되었다. 건강한 남자 선생님, 검게 그을린 피부에 다부진 몸매, 평안한 웃음. 아주 오랫동안 수행을 해오신 선생님 같았다. 엉어를 잘 못 하니 이해해 달라고 했고, 숙소에서 쓰는 기다란 쿠션으로 요가 매트를 대신했다. 역시 현지 요가 선생님이라 매트에 구애받지 않고 하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요가 매트를 하나 가져왔으면 그냥 선물로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게 자리를 만들도 함께 앉아 명상으로 시작했고, 이상하긴 했지만 마주 보지 않고 선생님의 등을 보며 수련이 시작되었다.  처음 해보는 아사나(자세)로 호흡이 시작되었고, 내가 알고 있는 동작과 호흡은 철저히 파괴되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전통방식인가 하고 따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아마 그는 단 한 번도 요가원이나 선생님 아래에서 배워본적이 없고 오로지 혼자 터득하고 배웠다는 것을. 그는 아마도 요가 선생님들의 벌이가 좋고, 많은 사람들이 배우는 것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연습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막 하지는 않았다. 호흡이 있었고 자세가 있었다. 아마...

발리여행 3일차

 요가 계획도 생겼고, 혼자 하는 명상 계획도 생겼고, 몇몇 맛있는 식당도 찾았다. 무엇보다 이곳 생활이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날 그날 내가 무엇인가 느끼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지난 여행에서 왔던 곳을 찾아다니고, 일상계획을 세우고, 맛집을 알아가는 것이 아닌.  이번 여행에서의 새로움을 가득히 얻는 것! 그게 이번 여행의 뜻. [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맨. ] - 류시화 잠언집 중.

제주항공에서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작년 이맘 때쯤 써놓은 쪽지를 보았다. "베트남 항공이 737을 들여오면 좋겠다. 아니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도 좋다. 발리에서 살면서 6주 3주 근무를 통해 재충전하고, 글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런 삶."   부기장 때 써놓은 계획들도 보았다. 잠시 휴식기를 갖고 국내의 다른 항공사로 이직하는 방법과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본 글들..   결국 부기장 때 생각했던 국내의 다른 항공사로 이직하지도 않았고, 작년에 고민했던 발리와 베트남으로 이직을 한 것도 아니다. 다른 항공사로 이직하기보다 제주항공에서 근무하는 것이 훨씬 좋았고, 베트남항공이 737을 들여오지도 않았고, 인도네시아는 발리 베이스 대신 자카르타 베이스만 있었다.   나에게 '이직'이라는 단어를 계속 떠올리게 한 것은 '여행'이라는 삶의 목적이었다. 물론 여행이 삶의 목적이 될 순 없다. 하지만 20대에 오랫동안 경험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녔던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여행이 주었던 선물 같은 시간, 생각, 명상, 사람들, 깨달음이 내 삶의 목적을 채워주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이직의 불편함과 불이익을 갖더라도 하려고 했고, 한국을 떠나 살아야 하는 위험성을 가지면서도 이렇게 떠난다. 지금 이직을 통해 얻는 한 달간의 소중한 나만의 여행, 지난 10년 동안 매일 꿈꿔온 이 시간. 내적 외적 성장 그리고 경험이 주는 선물을 듬뿍 얻고 오겠다.     [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 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꺽으리라.]   - 나딘 스테어 (55세, 미국 켄터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