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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등반과 요가



요즘은 요가에 푹 빠져있다.

동작을 연습하고 호흡을 정리하고 경전을 읽으면서 몸과 마음을 수련한다. 수련 하면서 요가가 무엇인지 질문하면, 그것은 마음을 멈추는 거라고 한다. 몸의 근육을 늘리고 자세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다, 어느새 몸을 바라보며 얻는 잠깐의 무심. 그 짧은 행복감. 그것이 요가라고 하는 것이다.

 호흡을 유지하며 바라보다 얻는 그 무심. 거기에서 오는 행복감. 멋진 동작을 만들고 부드러운 호흡을 만드는 욕심에서 수련이 계속 되지만 실제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것은 수련 하며 얻는 무심의 행복감이다. 그것 때문에 요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스리 스와미의 요가 쑤뜨라를 읽다 보면, 요가를 하며 아무리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고 한다 해도 생각이 계속 움직이면 요가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특별한 자세를 취하지도 않고 마음 없이 존재한다면 그것으로 완벽한 요가가 된다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요가는 오히려 더 어렵다. 가만히 있을 때면 온몸이 간질간질 해지고 모기에 물린 것처럼 다리를 긁거나 불편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일 때가 많다. 그만큼 불편해지고 딴생각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 없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완벽한 요가가 된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요가의 정점이 명상이라고 하는 것이고, 그 명상은 더욱 더 어렵다. 머리 속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히려 명상을 방해하기 때문에 요가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힘을 빼려고 온갖 동작을 만들면서 무심의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20대에 하던 암벽등반은 매 순간 명상의 연속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바위에 매달려 있을 때,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한동작 한동작 최선을 다해서 움직일 때 세상의 모든 생각은 사라지고 오로지 바위와 나의 동작에만 신경을 썼다. 그 외에 어떤 생각도 들어올 수 없었다. 그 무심의 강렬한 행복감 때문에 암벽등반에 빠져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등반인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극한의 집중 속에 오히려 비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등반을 계속할 수는 없다. 직업도 있고 안전도 생각해야 한다. 산에서 등반을 위해 산다는 것은 어쩌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야말로 등반 하나에 집중한다는 것이기도 하므로 쉽게 갈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요가를 통해 무심의 세계를 경험하려 한다. 쉬운 길이기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은 길이다. 강렬한 삶과 죽음의 경계심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하루 더욱 노력해야 한다.

 요가에서도 등반과 같은 강열한 경험을 필요로 한다. 오랫동안 요가를 수련하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노력한 요기들은 그런 경험을 했다. 아직 나같은 초보 요기로서는 갈 길이 멀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놓고 있었던 등반의 열정이라는 경험이 있다. 요가를 하며 생각을 떨치기 어려울 때, 삶의 잡생각이 머릿속에 맴돌 때, 강력한 등반의 힘을 빌리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등반을 해보던지 아니면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보는 것 모두.

 등반을 생각하니, 예전 태국 프라낭에서 몇 달 동안 등반하며 지냈던 너무나도 행복했던 그 시기가 생각이나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고마웠던 내 20대의 추억, 등반의 경험이 요가를 배우는 지금 너무나 소중하다.

- 감사한 20대의 추억을 떠올리는 지금 이 순간..


2018년 2월 11일 일기.

댓글

  1. 글이 너무너무 좋다정말. 요가와 명상의 핵심은 결국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온갖 주의 집중과 관념 등을 내 안으로 안으로 더 섬세한 층으로 돌리는 과정이고, 그렇게 내 안에 무심히 고요히 머무를 때 비로서 내가 내 자신과의 관계를 깨닫게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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