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해변에서 석양을 기다리며 그날의 하루가 얼마나 정신없지 지나갔는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석양을 보며 정신없던 낮을 잊고 깨끗한 정신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해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저기 멀리서 해변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해변을 걷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했다. 외모의 아름다움에 반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좋을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에 반한 것이다.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서 다가갔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고 왜, 이곳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지에 대햇서 물었다. 그녀는 여행자였고, 다낭에서 두달 째 살고 있으며 해안가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저녁노을 시간에는 이렇게 해변을 걸으며 청소를 하며 명상을 한다고 했다.
문뜩 2009년 태국 라용에서 근무할 때가 떠올랐다. 회사앞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었지만, 해안가의 쓰레기가 너무 많아 꼭 청소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건설회사 관리자이었기에 현장에서 적게는 100명 많게는 400명 까지 건설노동자들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상상 속에서 주말에 현장 인부들을 대동하고 해변 청소를 했고, 그 상상을 이뤄보기 위해 청소프로젝트를만들어 지사장에서 기획서를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결국 실제로 청소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못했고, 단 한 번도해변청소를 하지 못했다. 결국, 혼자 해볼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라용을 떠났다.
그때는 혼자 해변을 청소한다는 것이 너무 보잘 것 없는 것 같아 시도조차 못했었고, 청소에 대한 결과 만을 생각했지 그 행위의 아름다움에 대해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 라용의 해변은 아름다웠음에도 내가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공존해버린 추억이 되어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이날 나는 명상을 하기 위해 좋은 자리를 찾아, 가만히 앉아 태양의 아름다움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해변에서 만난 그녀는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해안가를 청소하고 있었다. 다음날 그녀에게 매료된 나는 물어물어 그 게스트하우스에찾아갔고, 거기에서 커피를 내리는 그녀를 찾았다. 우린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 했고 난 그녀를 따라 저녁 산책 시간에 함께 해안가를 거닐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같은 석양을 바라보며 명상 했고, 여행의 아름다움과 지구의 소중함, 그리고 지금 순간의 행복함에 대해 공유했다. 아니 우리는 몇 마디 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 물어봤던 몇 마디,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면 나도 해변을 걷는데 함께 청소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그러자고 말했고,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해안가를 같은 시간에 거닐며 쓰레기를 줍고 각자의 시간에 맞추어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나대로 여행했고 그녀는 그녀대로 여행했다. 다른 공간에서 어떠한 말도 없이 서로 여행을 했을 뿐인데 많은 것을 공유했고 지금도 생각한다.
몇 달이 지나 그 게스트하우스에 다시 들렀다. 이제 그 여행자는 그 곳에 없었다. 새로운 스텝으로 바뀌었고 새로운 손님들로 가득 찼다.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어물어 몇몇 스텝이 그녀를 기억해 냈고, 매일 저녁 산책을 하며 큰 쓰레기 봉투를 가득 채워 오던 장면을 기억해 냈지만, 지금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안다. 어디엔가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행복한 산책을 계속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난 그 여행자를 생각하며 그 여행자가 쓰레기를 주우며 여행했던 다낭해변을 혼자 걸으며 생각에 빠졌다. 앞으로도 해변을 바라볼 땐 네가 생각날 거라고, 우린 다른 곳을 여행하지만 같은 여행을 한다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