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6일.
이제 발리에서의 여행은 일주일 정도 남았어요.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혹은 무엇을 잃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휴가와 여행에 대한 욕망을 잠시나마 잊고 나의 일, 비행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는지도 몰라요.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죠. 확실히 오른발의 습진은 사라졌고, 몇몇 사진과 글 그리고 생각을 얻었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아름다운 세상과 그 그늘도 보았어요.
어제는 홀로 논길을 걸었어요. 한참 논길을 걷는 중 지난번 요가원에서 만나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던 여행자를 만났죠. 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호주 퍼스에 살면서 집 없이 캠핑카를 가지고 프레멘탈이라는 조그만 시골에서 몇 년째 지낸다고 했고, 가끔 발리도 오고, 아프리카 전통 악기도 연주하고, 요가도 하고 기공 치료도 하는 등 전형적인 히피 여행자 같았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 외롭게 혼자 앉아 있는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고, 자신의 이야기와 호주의 이야기 그리고 발리와 프레멘탈이라는 멋진 곳에 대해 서도 한참을 이야기했죠. 어쩌면 그는 나랑 비슷한 사람 같아 보였어요. 외로움을 피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그런 사람. 그리고 그 내면에 자신의 외로움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
그를 우연히 또 만났어요. "멋진 카페에 가는 중인데 같이 갈 것이냐고, 친구들도 만날 거라고" 하면서 따라오라고 해, '그래 홀로 걷기는 좀 있다 다시 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그를 따라나섰어요. 한참을 걸어 아주 조금만 커피숍에 도착했는데, 내부의 분위기는 겉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매우 따뜻했고 매우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아주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었죠.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기타를 치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람인 듯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도 사람들과 인사를 잠시 나누고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어요. 딱히 뭘 하고 싶은 건 없었고, 그냥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죠. 따뜻한 사람들과 그 분위기 그리고 커피를. 그때 그 호주 여행자가 나에게 카드를 하나 고르라며 카드 상자를 내밀었어요. 나는 이번 여행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무엇가를 뽑는 심정으로 카드를 하나 뽑았죠.
"Deeper and deeper"
외로움을 피해 사람들을 만나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이제 내면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암시하고 있었어요. 이번 여행의 키워드. 그건 내 내면을 찾으러 가는 거였어요.
오랫동안 혼자 있는 시간은 내가 진정 뭘 원하는지 생각하고, 내 내면의 파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요. 책도 없고 가끔은 친구도 없음을 느끼죠. 오히려 나의 본능, 배고픔, 그리움, 내면의 성격, 추위, 더위를 더 강렬하게 느끼는 시간이기도 해요. 쉽게 본능에 노출되어 그걸 해결하기 위해 뛰쳐나가죠. 그래도 본능을 좀 더 바라보고 철저히 느껴보기 위해 그냥 가만히 있기도 해요. 이런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죠.
외부의 충격과 새로움에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이 되는 것. 나 자신을 내가 알아가고 느껴보는 것. 그것이 또한 이번 여행과 내가 만나는 호흡이에요. 외롭고 배고프고 지치지만, 이것들이 날 가장 잘 나타내는 모습이란 걸 조금씩 알아가요. 항상 밝고 긍정적인 것은 어쩌면 표피일 수도 있었던 거죠. 언제든 벗겨질지 모르는 가죽 같은 것이죠. 암튼 그럼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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