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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된 여행자 다니엘


"아저씬 오억개의 별로 뭘 하지?"
"오억일백육십이만 이천칠백삼십일이지. 난 꼼꼼하고 정확한 사람이야"
"그런데 그 별들을 가지고 아저씨는 뭘 하느냐니까?"
"뭘 하느냐고?"
"응"
"아무것도 안 해, 그냥 갖고 있는 거야"
"그런데 아저씨가 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야?"
"이건 부자가 되는데 소용이 있지"
"그럼 부자가 된다는 건 무엇에 소용이 있지?"
"누가 다른 별을 발견하면 그걸 사는데 소용 되지"
"어떻게 별들을 가질 수 있지?"
"별들은 누구의 것이지?"
"몰라 누구의 것도 아니지"
"그래서 내 것이란 말이야, 제일 먼저 그걸 생각했거든"
"그러면 되는 거야?"
"물론이지, 임자 없는 다이아몬드를 네가 발견하면 그건 네 거야, 임자 없는 섬을 네가 발견하면 그건 네 꺼야, 처음으로 네가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면 그것에 대해 특허를 얻지, 나보다 먼저 그것을 갖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럼 그걸 가지고 뭐하지?"
"난 그것을 은행에 맡길 수 있지"
"무슨 뜻이야?"
"그건 작은 종이 에다가 내 별들의 숫자를 적은 후, 그걸 서랍 속에 넣고 열쇠로 잠근다는 뜻이야"
"그것 뿐이야?"
"그럼 되는 거야."



 다니엘을 만난건 12년전 태국의 코창이라는 섬에서 였다. 스쿠터를 하나 빌려 섬 전체를 이곳저곳 구경하고 다니다가 석양 시간이 다가와 도로변에 스쿠터를 주차 해놓고 멀리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 누군가가 스쿠터를 주차하더니 같은 하늘을 바라본다. 비슷한또래 동양인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베트남계 미국인이라고 하는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 일을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 아시아를 여행한다고 했다. 조그만 가방 하나에 요가매트 하나 들고 단촐 \하게 여행 하는거다. 결국 그는 나의 소개로 한국에 오게 되었고,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을 이년 동안하고 다시 일본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내가 발리 여행중인 것을 보고, 자기도 발리에 있다며 시간을 내서 만나게 되었다. 약 12년 만이었다. 잘빼입은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고 애플 와치를 차고 있는 어쩌면 비지니스맨 같은 모습으로 그는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다를 모습이었지만 한눈에 알아보았고, 우리는 부둥켜 안았다. 여전히 나는 허름한 반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맨발로 나타났지만 함께 우붓 메인거리의 조그만 커피숍에 들러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2010년 쯤 일본에서 영어선생님을 그만두고 완전히 은퇴를 한 다음 지금까지 세계 여행 중이라고 했다. 방콕에 베이스를 두고 이곳저곳 여행을 한다고 이젠 더 이상 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처음 여행을 떠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차와 약간의 돈을 애플 주식에 넣었는데 주식 값이 폭등했고 그 돈을 조금 팔아 각종 암호화폐에 투자해서 지금은 거기에서 나오는 이자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했다.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앞으로 다시 일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하면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 우린 아무것도 없었다. 젊음 하나가 있었지만 세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랐고, 세상 속에 파묻혀 살기를 도피 한채 이것저것 겨우 살 수 있는 것들, 그렇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지냈다. 결국 나는 비행이라는 직업을 찾았고, 그는 여행과 암호화폐 전도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아니 백수라는 자신만의 직업을 찾았다. 나도 한때 비트코인에 돈을 조금 넣었다가 일백배가 오르는 모습을 보았고, 다시 열 토막 나는 과정을 보았다. 자산이 오를 때 든든했고 자산이 폭등 할때는 아쉬웠다. 욕심도 내어봤었고 그 결과로 돈을 잃기도 하고 조금 얻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 삶의 변화는 없었다. 그냥 은행속의 숫자가 커졌다가 작아지는 내면의 동요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커품은 꺼졌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많은 이들이 자산을 잃었고, 몇 몇은 이익을 얻었다. 그리고 나는 돈에 대한 평화를 얻었다. 결국 돈은 숫자였다. 어린왕자가 각 행성 여행 중 별을 세는 아저씨를 만났을 때 돈에 대한 정의를 발견 했듯이 그것은 그냥 서랍 속에 넣어두는 숫자에 불과했다. 다니엘과 나는 돈을 쫒지 않는 삶을 택했다. 어쩌다 보니 먹고살만 해졌다. 부족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충분하다. 누구에게는 넘친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지금 돈을 번다. 직업이 생긴 것이다. 이 직업을 돈을 버는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충분한 월급은 내가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평생먹고 놀만큼 돈이 있다고 해도 지금 이 직업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하늘을 날고 싶고 모든 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마치 이 직업은 나를 수행 시키는 요가이자, 명상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수련을 하듯, 스케줄에 맞춰 승객을 태우고 하늘을 날며 내면의 평화를 얻는 캡틴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내 아이디는 언제부턴가 Zen_on_the_Plane이 되었다. 그렇게 항공기에서 선을 찾을 수 있는 파일럿이 되는 것. 그것이 비행수련이 나에게 주는 숙제이다.


ps.

한참 비트코인이 위력을 발휘했을때 심정을 써놓은 글..




댓글

  1. 아, 진짜 뭐냐. 정상인. 너무 멋있다. 글을 하나씩 읽어갈 수록 내마음이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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